DMFS
서울대학교 2025
나의 어린 파우스트에게
(사진 출처: 서울대학교 사진갤러리)
너는 오늘도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고 있구나. 공부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한탄하기도, 귀한 지식을 손에 넣어 기뻐하기도 하면서. 너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너를 마 주보며 서 있단다. 나는 누구일까? 미래의 너? 사후의? 유령? 그도 아니라면 성가신 잡 념? 모르긴 몰라도, 나는 네게 한낮의 악마처럼 나른하고 권태로운 목소리이겠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네가 제일 먼저 했던 다짐을 기억하니? 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네 것으로 만들 양 서슬 푸른 기세가 등등했었어. 파우스트가 따로 없었지. 그랬던 어린 파 우스트가 이제 힘이 다 빠져서 책은 내팽겨친 채 신선놀음만 하고 있네. 인간을 쥐고 흔 드는 난폭한 환상들이 미워져 대놓고 허망한 것들만 사랑하기 시작한 관계로. 이를 테 면, 춤이나 봄이나 새나 시, 한 글자로 아름답고도 박명하게 발음하는 것들. 하지만 놀 랄 만한 사실을 하나 더 알려 줄게. 너는 책 대신 다른 것을 읽게 되었단다. 어쩌면 책 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읽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어.
사람의 눈동자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우리의 마음이 강 따라 흘러 가고 있다 는 사실은? 숨에도 만져지는 질감이 있다는 것, 별의 상속을 받은 우리 안에서 때때로 튀어나오는 빛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세계는, 네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세계는 같은 것 하나 없이 매 순간 새로 태어나고 있단다.
네가 어릴 적 상상했던 대로 잠을 자면서 우리는 죽음을 통과하는 지도 몰라. 지난한 하 루의 삶을 거쳐 윤회한 아이의 눈으로 아침을, 허망한 하루 끝 관 뚜껑을 봉인하는 마음 으로 밤을, 몇 번이나 통과하면 우린 진정 만나게 될까? 9가 0을 거쳐 다시 1이 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날이 오면 난 내가 배운 것 중 가장 좋아하 는 방식으로 널 환대할게. 드디어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법을 배웠거든. 마치 창자 속에 서 팝콘이나 팡파르가 터지는 것 같아. 물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테지.
부디 오해하지 않길 바라. 나는 네게 무엇을 가르치러 온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결국 만나 하나가 될 운명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겠어? 나는 다만, 너를 응원하고자 이곳에 왔단다.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어린 파우스트가 더욱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그렇게 계속 달려 하루 빨리 나의 품에 뛰어든다면, 난 널 부둥켜안고 우리 중 누구도 모르는 미래의 세상으로 찬연히 데려갈 거란다.
너는 오늘도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고 있구나. 공부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한탄하기도, 귀한 지식을 손에 넣어 기뻐하기도 하면서. 너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너를 마 주보며 서 있단다. 나는 누구일까? 미래의 너? 사후의? 유령? 그도 아니라면 성가신 잡 념? 모르긴 몰라도, 나는 네게 한낮의 악마처럼 나른하고 권태로운 목소리이겠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네가 제일 먼저 했던 다짐을 기억하니? 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네 것으로 만들 양 서슬 푸른 기세가 등등했었어. 파우스트가 따로 없었지. 그랬던 어린 파 우스트가 이제 힘이 다 빠져서 책은 내팽겨친 채 신선놀음만 하고 있네. 인간을 쥐고 흔 드는 난폭한 환상들이 미워져 대놓고 허망한 것들만 사랑하기 시작한 관계로. 이를 테 면, 춤이나 봄이나 새나 시, 한 글자로 아름답고도 박명하게 발음하는 것들. 하지만 놀 랄 만한 사실을 하나 더 알려 줄게. 너는 책 대신 다른 것을 읽게 되었단다. 어쩌면 책 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읽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어.
사람의 눈동자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우리의 마음이 강 따라 흘러 가고 있다 는 사실은? 숨에도 만져지는 질감이 있다는 것, 별의 상속을 받은 우리 안에서 때때로 튀어나오는 빛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세계는, 네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세계는 같은 것 하나 없이 매 순간 새로 태어나고 있단다.
네가 어릴 적 상상했던 대로 잠을 자면서 우리는 죽음을 통과하는 지도 몰라. 지난한 하 루의 삶을 거쳐 윤회한 아이의 눈으로 아침을, 허망한 하루 끝 관 뚜껑을 봉인하는 마음 으로 밤을, 몇 번이나 통과하면 우린 진정 만나게 될까? 9가 0을 거쳐 다시 1이 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날이 오면 난 내가 배운 것 중 가장 좋아하 는 방식으로 널 환대할게. 드디어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법을 배웠거든. 마치 창자 속에 서 팝콘이나 팡파르가 터지는 것 같아. 물론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테지.
부디 오해하지 않길 바라. 나는 네게 무엇을 가르치러 온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결국 만나 하나가 될 운명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겠어? 나는 다만, 너를 응원하고자 이곳에 왔단다.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어린 파우스트가 더욱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그렇게 계속 달려 하루 빨리 나의 품에 뛰어든다면, 난 널 부둥켜안고 우리 중 누구도 모르는 미래의 세상으로 찬연히 데려갈 거란다.

